기다림이란
12/21/22
2년 전 이맘때 쯤이 생각난다. 내가 지원했던 학교들은 12/15 와 1/1이 데드라인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사실 12/1이 데드라인인 학교는 늦게 준비해서 지원도 못해봤다 ㅎㅎ.. 지원하고 교수님들이 추천서 얼른 보냈나 안보냈나 1분마다 스토커처럼 감시했었다. 물론 안 보냈어도 뭐라고 못 하고 기다렸었지...모든 서류를 다 보내고 할 일은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 뿐이다. 여기저기서는 합격소식이 들려오는 것 같은데 왜 나만 깜깜무소식이지 하는 불안함이 매일같이 밀려오고 떨어지면 뭐해야지 다시 도전해야 하나 하는 고민들로 잠도 쉽게 들지 못했던 밤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첫 번째 메일이 날라왔다. 합격소식이었다. 주말이었는데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었다. 사실 1지망이었던 학교는 아니지만 보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덜 떨리기 시작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다른 학교의 소식도 기다리기 시작했다. 내 최종 합격률을 75%였고 첫 번째로 합격시켜 준 학교에 어쩌다 보니 입학하게 되었다. 합격시켜줘서 감사한 마음은 잠시였다...ㅋㅋㅋㅋ
어딘가에 합격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었다. 대학 합격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나는 내가 지원한 교수님들한테 1군데 빼고 전혀 컨택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더 불안했었고 합격메일을 받았을 때 신기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 후 두 번째 학교의 컨택했던 교수님께 합격은 했지만 코로롱때문에 오피셜 메일은 좀 더 늦게 도착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세 번째 학교도 1월 초중순 쯤 연락왔던 것 같다. 다른 두 학교와는 다르게 이 학교는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어서 미동부 시간 새벽 4시에 교수님이 연락주셨는데 그 배려에 감동받았었다.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귀국한지 1년이 다되어갈 쯤이어서 영어는 이미 머리에서 사라진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한 교수님이 특별한 인터뷰는 아니고 합격이긴 한데 인터내셔널의 경우 영어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질문 내용은 기억나는대로 떠올리자면 -1. 내가 석사 때 했던일 2. 비지팅 때 했던 일 3. 현재 하고 있는 일 4. 그것들로 뭘 하고 싶은지- 이 정도이다. 교수님은 영어에 문제가 없고 (문제 많음) 곧 합격 메일이 갈 것이라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종료했다.
이렇게 합격한 곳들과 2월 쯤 버츄어미팅을 진행했다. 학교에서 그렇게 진행했던 이유는 나는 코로나가 심했던 시기에 지원하기도 했고 인터내셔널들은 학교에 직접 찾아가 학교가 어떤지, 교수님들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는 하루, 어떤 학교는 3일간 진행했는데 정말 피곤해 죽을뻔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시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중이었는데 새벽마다 미팅 참여하는건 정말 고역이었다...ㅋㅋㅋ 새벽에 영어로 뭐라고 쌸라쌸라 하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그냥 미소지으며 고개 끄덕이기만 했었다. 여튼 버츄어미팅에서는 줌에서 방으로 묶어서 내가 원하는 교수님 방에 들어가 연구설명도 듣고 질문도 하고 뭐 그런 시간도 있다. 내가 알기로 4월 1일인가 15일인가 여튼 무슨 날까지 그 학교에 입학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야 입학 확정이므로 학교에서도 합격자들한테 홍보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그게 이 기간이다.
사실 나는 인터뷰 한 학교의 어떤 교수님과 버츄얼미팅 하면서 서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그 쪽은 매우 추운지역이라..고민고민하다 입학을 포기했고 그 교수님께도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다. 사실 아직도 그 학교에 입학하고 그 연구실에서 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서 뭘 하나 싶기도 하다 ㅋㅋ내가 첫 번째로 합격메일을 보낸 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제일 안전한 지역이고 물가가 저렴하다는 이유가 컸다. 랭킹도 지원한 학교중에 제일 높긴 했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랭킹따지는거보니 ㅎㅎㅎㅎ 그 학교 합격 후 총 4명의 교수님한테 컨택메일이 왔다. 본인은 이러이러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러이러한 장점이 있다는 메일을 보내주신다. 그러면 또 엄청 예의차려서 감사합니다 하는 메일을 보낸다. 그 교수님들 중 한 분의 연구실로 들어갔지만 중간에 랩 바꿨다...ㅋㅋㅋㅋㅋㅋㅋ
입학이 확정된 후 (사실 합격하자마자), 학교 근처 렌트 알아보고 물가 알아보고 날씨는 어떤지 등등 검색하면서 설레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 초심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아주 가끔 첫 번째 합격 메일을 다시 보곤 한다. 그 짜릿했던 기분을 완전 똑같이 느끼긴 힘들지만 내가 이렇게 합격했었지...행복해했었지...하는 동기부여가 가끔 필요하긴 하다.